무 제

  그는 이 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출국 게이트로 향했다. 이제 이 나라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한글로 생각하는 머리와 한글 이름 석 자 뿐이었다. 자신이 한국인이었다는 증거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막 게이트를 지나려는 때, 누군가가 그를 불러세웠다. 자신을 찾아올 사람은 이 나라엔 존재하지 않을텐데. 하지만 조금의 기대를 가지고 뒤를 돌아봤다. 자신을 부른게 누구인지 확인하자마자 밀려오는 안도감.
  역시 그럴리가 없지…….
  그에게 직접 말하지 않으면 속이 풀릴거 같지 않아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그 사람. 거친 숨을 정리하고 그 사람의 입밖으로 나온 말은 단 한 마디.
  "나, 너 경멸해."
  그 한 마디를 내뱉으며 작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던 그 사람에게 그는 답했다.
  "그래서?"
  순간의 정적.
  일그러지는 그 사람의 얼굴.
  화색이 도는 그의 얼굴.
  "네가 날 싫어하는건 싫어하는 건데,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했던 사이였냐?"
  라고 하곤 피식 웃더니 뒤돌아 마저 가던 발걸음을 옮겼다.

by Lurid | 2008/11/01 18:58 | 끄적인 흔적 | 트랙백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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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쥐슬 at 2008/11/01 21:59
증오받는것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한 사람은 기분나뻐.
정치인처럼
Commented by 멜티즈 at 2008/11/02 00:26
난 저 말하러 저기 까지 뛰어온 놈이 궁금하다...
뭐야 츤데렌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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